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에너지 서버’. 모듈형 설계로 용량 확장이 자유롭고, 유지보수 시에도 서비스 중단 없이 작업이 가능하다.
(한국경제 원종환 기자, 2025년 6월 18일)
전력망이 첨단산업 속도를 못 따라간다…반도체·AI·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 ‘비상등’
AI와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AI 산업은 자본보다 에너지 문제에 먼저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지 1년 만에,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의 전력 부족 현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945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국내 역시 2038년까지 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1.5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29년까지 732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며, 이들에 들어갈 전력은 원전 53기 분량인 49GW에 달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2050년까지 10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
▲ 전력망 확충, 민원·인허가 지연으로 전력 인프라 구축 한계
문제는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가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는 인허가와 민원으로 최소 3~10년이 소요된다. 미국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약 750TWh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약 115,000마일(약 185,000km)의 신규 송전선로 건설이 필요하지만, 2023년 실제로 설치된 송전선로는 고작 55마일(약 88km)에 불과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31개 사업은 평균 4년 4개월씩 지연되고 있으며, 올해 4월 준공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도 당초 계획보다 12년 늦은 21년 만에 준공됐다. 이를 고려하면 대다수 사업의 준공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 보인다.
▲ 분산형 연료전지,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
이러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온사이트(on-site) 분산형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 인프라만 있으면 대규모 송전망 없이도 1년 이내에 설치가 가능한 연료전지 발전원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망 구축에 5~10년이 걸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연료전지는 수개월 안에 설치가 가능해 높은 확장성을 제공한다. 현재는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수소 인프라가 확충되면 완전한 무탄소 청정 전력원으로 전환할 수 있어 에너지 전환 시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연료전지 선두기업인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스템은 전기효율 53~65%로, 이전 세대의 연료전지 기술 (30~42%) 대비 월등히 높다. 열효율까지 합치면 종합 효율이 90%에 이른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할 수 있어, 전력 공급과 냉각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제공한다. 이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수인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 AEP, Unimicron 등 반도체 산업·데이터센터 공급 계약 다수
SOFC 분야 글로벌 선두주자인 블룸에너지는 연소 없이 화학반응만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1,200여 곳에 1.5GW 이상의 SOFC 설비를 구축했으며, 56%의 전기효율과 4,047㎡(=1에이커)당 100MW의 전력 밀도를 자랑한다. 기존 방식 대비 탄소 배출은 34% 줄였다. 송배전망에 의존하지 않고 수요지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온사이트(on-site) 방식이라는 점에서 데이터센터와 같은 첨단산업의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에너지는 2024년 미국 전력회사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EP)와 데이터센터 발전 용도로써 최대 1GW 규모의 연료전지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에도 100MW 이상의 SOFC 설비를 설치했다. 세계 최대 PCB 제조업체 유니마이크론과 대만 IT 기업 퀀타 컴퓨터도 SOFC 시스템을 도입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실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이 블룸에너지의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면서 해외 수출 기회를 확대하고, 한국 수소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 에너지 전환과 긴급 전력 수요 대응의 핵심 역할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비해 전력 인프라 확충은 더디게 진행되어 글로벌 시장과 한국 모두 전력 수요와 공급망 간의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 인허가 지연과 지역 반발로 국가 전력망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빠른 설치와 유연한 확장이 가능한 분산형 연료전지가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의 전력난 해소에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준 블룸에너지 코리아 대표는 “미국의 기술 기업들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연료전지 기반 온사이트 발전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SOFC 시스템은 기술적 완성도와 상업적 신뢰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 병목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시의적절한 해법이자,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핵심 동력원”이라고 강조했다.
Equinix SV5 데이터센터에서 운영 중인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Equinix는 2015년 1MW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현재 총 100MW 이상의 블룸에너지 연료전지를 도입했다.